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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PLANNING · 콘텐츠 기획

굿즈는 어떻게 기획되는가

팬이 손에 쥐는 작은 물건 하나에는, 무대만큼이나 긴 기획의 시간이 들어 있다. 굿즈는 부수입이 아니라 경험의 연장이다.

STUDIO REALIVE 에디토리얼 · 2026.06.28


공연이 끝나고 객석의 불이 켜지면, 관객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손목에는 라이트스틱이 들려 있고, 가방에는 포토카드 한 장과 응원봉 배터리가 들어 있다. 집에 돌아가 그것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는 순간, 두 시간짜리 공연은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남는다. 무대는 사라졌지만 경험은 사물이 되어 남은 것이다.

흔히 굿즈는 공연이나 음반의 곁가지, 즉 '돈 좀 더 버는 부수입' 정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팬에게 굿즈는 무대의 잔여물이 아니라 무대의 연장이고, 아티스트와 자신을 잇는 가장 손에 잡히는 매개다. 그래서 굿즈를 기획하는 일은 작은 사업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일의 마지막 한 칸이다.

굿즈는 무엇을 사게 만드는가

사람들이 굿즈를 사는 이유는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티셔츠가 없어서 콘서트 티셔츠를 사는 사람은 드물다. 굿즈가 채우는 것은 옷장의 빈자리가 아니라 마음의 어떤 자리다.

그 자리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소유다. 좋아하는 대상을 곁에 두고 싶다는 욕구, 손이 닿는 곳에 그 세계의 한 조각을 두고 싶다는 마음이다. 둘째는 소속이다. 같은 응원봉을 든 수만 명 사이에 섞이는 순간, 굿즈는 '나도 이 무리의 일원'이라는 표식이 된다. 셋째는 증명이다. 한정판 멤버십 키트나 공연 한정 상품은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함께였다'는 증거가 된다.

팬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증명해 주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산다.

이 세 가지 동기를 읽지 못한 굿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 디자인이 예쁜 머그컵이 남아도는 동안, 투박해도 그날의 세트리스트가 인쇄된 종이 한 장은 순식간에 동난다. 굿즈 기획의 출발점은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이 물건이 팬의 어떤 마음에 닿는가'다.

콘셉트에서 진열대까지 — 하나의 긴 파이프라인

굿즈 한 종이 팬의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의외로 긴 여정을 거친다. 그 여정은 대략 네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구간은 콘셉트 연계다. 굿즈는 진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앨범의 세계관, 활동기의 콘셉트, 투어의 키 비주얼 — 이미 존재하는 서사에서 출발해, 그 서사를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옮긴다. 잘 기획된 굿즈는 그 자체가 작은 콘셉트 선언문이다. 색 하나, 폰트 하나에도 그 시즌의 메시지가 배어 있다.

두 번째 구간은 상품화다. 콘셉트를 실제 물건으로 번역하는 단계다. 여기서 기획자는 디자이너의 감각과 제조의 현실 사이를 오간다. 이 색은 인쇄로 재현되는가, 이 소재는 단가를 감당하는가, 이 형태는 양산이 가능한가. 멋진 시안이 공장 앞에서 좌초하는 일은 흔하다.

세 번째 구간은 생산·물류·재고다. 가장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많은 사업이 무너지는 곳이다. 얼마나 만들 것인가, 언제까지 들어오는가, 어디에 쌓아 둘 것인가. 너무 적게 만들면 팬의 원성을 사고, 너무 많이 만들면 재고가 곧 손실이 된다. 굿즈 기획의 절반은 사실 이 보이지 않는 숫자 싸움이다.

마지막 구간은 리테일이다. 같은 굿즈라도 공연장 부스에서 줄을 서서 사는 경험과, 도심 팝업에서 만나는 경험과, 새벽에 온라인 카트에 담는 경험은 전혀 다르다. 어디서 어떻게 파는가는 단순한 유통 채널 선택이 아니라, 굿즈 경험의 마지막 연출이다.

좋은 굿즈 기획자는 디자인부터 물류 창고의 박스 개수까지를 하나의 문장으로 꿰어 본다. 그 사이 어느 한 칸이 끊기면, 경험도 거기서 끊긴다.

한정성이라는 양날의 칼

굿즈 전략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도구가 한정성이다.

'이번 공연에서만', '선착순 며칠 동안만', '이 멤버십에서만' — 이런 제약은 팬의 구매를 망설임에서 결심으로 밀어낸다. 한정성은 앞서 말한 세 동기 중 '증명'을 극대화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은 소속을 보여 주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물건은 헌신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드롭(예고된 시점에 짧게 푸는 출시 방식)이나 외부 브랜드·작가와의 콜라보 역시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평범한 일상품에 '지금, 여기, 이번뿐'이라는 시간성을 입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칼은 양날이다. 한정성을 남용하면 팬은 즐거움 대신 압박을 느낀다. 매번 놓칠까 조마조마해야 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 품귀와 인위적 품귀를 팬은 생각보다 빨리 구별해 낸다. 한정의 명분이 얕다고 느껴지는 순간, 희소성은 설렘이 아니라 피로가 된다. 한정성은 자주 쓸수록 무뎌지는 칼이라는 점을, 좋은 기획자는 잊지 않는다.

데이터로 수요를 읽는다는 것

굿즈가 디자인 감각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뒤에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수치 읽기가 있다.

품절은 단순한 '다 팔림'이 아니라 신호다. 어떤 디자인이 몇 시간 만에 동났는지, 어떤 사이즈가 먼저 빠졌는지, 어느 지역에서 주문이 몰렸는지 — 이 패턴들은 다음 시즌의 생산 수량과 디자인 방향을 가늠하는 자료가 된다. 재입고를 요청하는 목소리의 크기와 속도는 그 자체로 잠재 수요의 척도다. 반대로 장바구니에 담겼다가 결제 직전에 빠져나가는 이탈은, 가격이든 배송비든 어딘가에 마찰이 있다는 경고다.

다만 숫자를 읽는 일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잘 팔린 것만 반복해 만들면 라인업은 빠르게 납작해진다. 데이터는 무엇이 팔렸는지는 알려 주지만, 팬이 아직 만나지 못해서 갈망조차 못 한 것은 알려 주지 못한다. 그래서 수요 데이터는 기획을 대신하는 답이 아니라, 기획을 더 날카롭게 벼리는 숫돌에 가깝다.

손에 쥐는 경험에는 그늘도 있다

굿즈를 경험이라 부르는 순간, 그 경험에 따라붙는 그늘도 함께 봐야 한다.

첫째는 과소비를 부추길 위험이다. 소유·소속·증명의 동기는 강력한 만큼, 자칫 팬에게 '사야만 진짜 팬'이라는 압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 한정성과 드롭이 이 압박을 가속한다. 좋은 기획은 사고 싶게 만들되, 사지 않으면 소외되게 만들지는 않는 선을 지킨다. 둘째는 환경이다. 시즌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 응원봉과 포장재는 점점 더 무겁게 돌아오는 질문이 되고 있다. 재생 소재나 디지털 굿즈로 무게를 더는 시도가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다. 셋째는 재고 리스크다. 팬의 사랑을 과신해 과잉 생산한 굿즈가 창고에서 손실로 바뀌는 일은, 화려한 매진 기사 뒤에서 조용히 반복된다.

팬이 손에 쥐는 물건이 기쁨으로 남을지 부담으로 남을지는, 진열대에 오르기 훨씬 전 기획자의 책상에서 갈린다.

이 그늘들을 외면한 굿즈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올릴지 몰라도, 결국 가장 소중한 자산인 팬과의 신뢰를 깎아 먹는다. 그래서 굿즈 기획은 '얼마나 팔 것인가'만큼이나 '어떻게 팔지 않을 것인가'를 함께 묻는 일이다.

굿즈가 어떻게 콘셉트에서 출발해 한 사람의 손에 닿는지를 직접 설계해 보는 경험은, 읽어서 아는 것과 사뭇 다르다. SM UNIVERSE·STUDIO REALIVE·SMHRD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K-POP 이머시브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에는, 세계관과 상품을 잇고 수요를 읽어 한정 전략을 세우는 MD 기획의 과정을 직접 다뤄 보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모집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굿즈는 끝난 무대를 손안에 남긴다. 그것은 단지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사라질 경험을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붙드는 일이다. 팬이 책상 위에 늘어놓은 작은 물건 하나하나가, 사실은 누군가의 긴 기획이 도착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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