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도 무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관객을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바꾸는 '이머시브 콘텐츠'. 그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다루고 있을까.
도쿄 한복판의 미술관. 관람객은 그림을 '보러' 가지 않는다. 발밑으로 강이 흐르고, 손을 대면 꽃이 피었다 진다.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teamLab의 전시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오래된 경계를 지웠다.
라스베이거스의 거대한 구(球) Sphere에서는, 약 16K급으로 알려진 내벽이 관객을 통째로 감싼다. 공연은 더 이상 '보는 콘서트'가 아니라 '들어가 있는 세계'가 된다. 런던에 따로 지어진 전용 공연장에서는, 1970년대의 ABBA 멤버들이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 무대 위를 거닌다. 객석의 관객은 눈앞의 그 형상이 실시간 영상인지 사람인지 잠시 헷갈리고, 어떤 이는 끝내 눈가를 훔친다. ABBA Voyage가 흔드는 것은 결국 '실재(實在)'에 대한 우리의 기준 그 자체다.
서로 다른 도시, 서로 다른 형식의 이 사례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관객을 콘텐츠 바깥의 구경꾼이 아니라, 콘텐츠 안의 참여자로 만든다는 것. 우리는 이것을 이머시브(Immersive, 몰입형) 콘텐츠라고 부른다.
'체류'를 설계한다는 것
이머시브 콘텐츠를 흔히 '화질 좋은 영상'이나 'VR 기기를 쓰는 무엇'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의 설계에 있다. 그 설계는 대체로 세 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공간을 점유한다. 화면 안에 갇히지 않고, 관객이 서 있는 물리적·가상의 공간 전체를 무대로 쓴다. 전시, AR 팝업, 미디어아트가 그렇다.
관객이 개입한다. 시선·동작·선택에 따라 콘텐츠가 반응한다. 같은 콘텐츠라도 누가 경험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된다.
세계관이 지속된다. 공연 두 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온라인·오프라인·굿즈·가상 공간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영화가 '관람'이고 게임이 '플레이'라면, 이머시브 콘텐츠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체류(滯留)'를 설계하는 일이다.
관객이 그 세계에 얼마나 머무르고 싶어지는가. 결국 성패를 가르는 것은 해상도가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이 흐름은 K-POP에서 빠르게 자라는가
이머시브가 만개할 토양으로 K-POP만 한 분야가 드물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K-POP은 이미 '세계관'을 다루는 산업이다. 글로벌 팬덤은 노래만 소비하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서사와 콘셉트, 그 우주관을 함께 살아간다. 이머시브 콘텐츠는 이 세계관에 '들어갈 문'을 내주는 일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둘째, 팬덤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다. 한 도시의 팬도, 지구 반대편의 팬도 같은 공연장에 동시에 설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 라이브와 가상 공간은 전 세계 팬을 한자리에 모은다. 팬데믹기를 거치며 폭발한 온라인 콘서트는 오프라인을 통째로 대체하진 못했지만, 거리의 한계를 넘는 공연의 한 독자적 형식으로 자리를 넓혔다.
셋째, 버추얼 아티스트의 시대가 열렸다. 메인스트림에서는 SM의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aevis) 같은 시도가, 서브컬처에서는 Plave·이세계아이돌이, 글로벌에서는 Hololive가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 — 그 기획의 문법이 지금 막 쓰이고 있다.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발상'이 먼저다
Sphere나 teamLab을 이야기하면, 이머시브는 천문학적 예산과 첨단 장비의 영역처럼 들린다. 그러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발상에 있다. 관객을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옮겨 놓겠다는 결정, 그 하나가 이머시브의 시작이다.
작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공연장 로비에 놓인 한 점의 포토존, 팬이 가사 한 줄을 고르면 다음 장면이 바뀌는 모바일 인터랙션, 굿즈에 심은 QR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동선 — 모두 거대한 기술 없이도 '체류'와 '개입'을 설계한 이머시브다. 화질 좋은 LED 벽이 이머시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이 만든다.
예산은 이머시브의 천장을 정하지만, 바닥을 정하는 것은 발상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낮고, 동시에 생각보다 높다. 장비는 빌리거나 줄일 수 있지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를 설계하는 감각은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직무
화려한 무대 뒤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직무가 있다. 팬이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답답해하는지를 데이터로 읽고(페르소나·Pain Point), 그 감정을 따라가며 경험의 동선을 그리고(고객 여정 지도), 라이브·XR·AI·가상 공간이라는 도구를 엮어 하나의 세계로 완성하는 사람.
이머시브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결과물 — 전시, 공연, 영상 — 에 주목한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획이다. 흩어진 기술과 콘텐츠를 '하나의 경험'으로 꿰는 일. 이머시브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역량은 바로 여기에 있다.
흩어진 기술과 콘텐츠를 '하나의 경험'으로 꿰는 일 — 이것이 이머시브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역량을 한곳에서 배우기가 의외로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은 마케팅 강의에서, 영상은 편집 도구에서, AI는 또 따로 익혀야 했고, 이를 하나의 기획으로 통합하는 훈련은 대체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싶다면
마침 이 통합의 훈련을 정면으로 겨냥한 자리가 있다. SM UNIVERSE·STUDIO REALIVE·SMHRD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K-POP 이머시브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은 팬경험 설계에서 출발해 글로벌 IP와 이머시브 공간, 버추얼 시장과 AI 도구를 지나 캡스톤 프로젝트의 실제 산출물에 이르기까지, 흩어진 조각을 하나의 기획으로 엮는 13주를 다룬다. 커리큘럼의 결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모집 페이지를 펼쳐 보길 권한다.
teamLab의 전시장에서, Sphere의 내벽에서, 그리고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다음 형식에서 — 이머시브 콘텐츠는 계속 새로운 무대를 열고 있다. 무대가 객석으로 걸어 나오는 시대에, 그 경험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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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IO REALIVE. 본 글은 에디토리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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