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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ECH · 엔터테크

기획사는 어떻게 테크 기업이 되었나

음반과 공연을 팔던 회사들이 어느새 플랫폼·데이터·AI를 말한다. '엔터테크(EnterTech)'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변화의 정체.

STUDIO REALIVE 에디토리얼 · 2026.06.28


10년 전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분기 실적 발표에는 음반 판매량과 공연 횟수가 적혀 있었다. 오늘날 같은 자리에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구독 유지율, 플랫폼 거래액이 등장한다. 같은 회사, 같은 아티스트인데 측정하는 언어가 바뀌었다.

이 변화를 한 단어로 부르면 엔터테크(EnterTech) 다.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그것을 전달·연결·확장하는 기술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글은 엔터테크라는 지형을 멀리서 한눈에 보는 지도에 가깝다. 큰 줄기를 네 갈래로 나눠 보면 길이 한결 선명해진다 — 팬 플랫폼, 버추얼, AI, 그리고 데이터. 각각은 따로 선 기둥이 아니라 서로를 떠받치는 구조물에 가깝고, 이 글은 그 네 기둥이 어떻게 한 건물을 이루는지를 훑는다.

팬과 아티스트 사이에 '플랫폼'이 들어섰다

엔터테크의 가장 가시적인 얼굴은 팬 플랫폼이다. 위버스(Weverse)나 디어유 버블(bubble) 같은 서비스는, 과거 팬카페와 방송 스케줄에 흩어져 있던 팬-아티스트의 접점을 하나의 앱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핵심은 '편의'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로 읽힌다. 접점이 한곳에 모이면 팬덤의 행동이 흐름으로 남고, 그 흐름은 다시 다음 콘텐츠·굿즈·공연 기획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즉 팬 플랫폼은 뒤에 나올 '데이터'라는 갈래와 곧장 맞물린다.

엔터테크 시대의 기획은 '감(感)'에서 출발해 '데이터'로 검증되고, 다시 더 정교한 '감'으로 돌아온다.

다만 위버스가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를 어떻게 한 동선으로 꿰었는지, 디어유 버블의 구독형 메시지가 친밀감을 어떻게 반복 결제로 바꾸었는지 — 그 구조의 안쪽은 결이 따로 있다. 팬 플랫폼의 구조 변화는 별도 글에서 자세히 다룬다. 여기서는 그것이 엔터테크 전체 지도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만 짚어 둔다.

음악 산업이 음반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며 한 번 디지털화됐다면, 팬덤 경험은 지금 플랫폼을 통해 두 번째 디지털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왜 회사들은 '테크'로 방향을 틀었나

이 전환은 갑작스러운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수익 구조가 바뀐 결과다. 음반이 팔리던 시대의 매출은 '발매 시점에 한 번' 일어나는 일회성에 가까웠다. 신보를 내고, 차트에 올리고, 정산하면 한 사이클이 끝났다. 다음 매출은 다음 앨범을 기다려야 했다.

스트리밍과 플랫폼은 이 리듬을 바꿨다. 구독은 매달 반복되고, 멤버십은 갱신되며, 팬 플랫폼 위의 커머스는 발매 주기와 무관하게 돌아간다. 한 번의 정점에 기대던 매출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매출로 재편된 것이다. 투자자가 음반 판매량 대신 MAU와 유지율을 묻기 시작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러자 회사가 갖춰야 할 역량의 목록도 바뀌었다. 좋은 곡과 좋은 무대만으로는 부족하다. 팬덤이 머물 플랫폼을 짓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읽고, 다음 경험을 설계할 사람이 필요해졌다. '기획사가 테크 기업이 된다'는 말의 실제 내용은, 바로 이 역량의 이동이다.

무대 뒤로 들어온 기술 — 버추얼 프로덕션과 AI

콘텐츠를 만드는 현장도 빠르게 테크화되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 모션캡처와 실시간 렌더링 엔진은 더 이상 영화 스튜디오만의 것이 아니다. 공연 무대와 뮤직비디오, 온라인 콘서트의 연출 도구로 들어왔다. 팬데믹기를 거치며 자리 잡은 온라인 라이브는, 물리적 무대의 한계를 넘어 카메라와 가상 공간이 함께 연출하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냈다.

버추얼 아티스트. SM의 나이비스(Naevis), 서브컬처의 Plave·이세계아이돌, 글로벌의 Hololive까지 —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사업이 아니라, 모션·보이스·렌더링·라이브 운영 기술이 결합된 종합 엔터테크 프로젝트다.

생성형 AI. 비주얼과 영상, 기획 초안까지 — AI 도구는 이제 제작 파이프라인의 한 공정으로 들어왔다. AI는 사람의 기획을 대체하기보다, 기획자가 더 많은 가설을 더 빠르게 시험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노는 기술이 아니다. 버추얼 아티스트 한 명을 무대에 세우려면 모션·렌더링 기술, 그를 둘러싼 세계관 기획, 팬과 만날 플랫폼, 그리고 반응을 읽을 데이터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앞서 나눈 네 갈래 — 팬 플랫폼·버추얼·AI·데이터 — 가 서로를 떠받치는 한 건물이라는 말의 실제 모습이 여기에 있다. 엔터테크가 '기술의 합'이 아니라 '통합의 기술'인 이유다.

기술이 늘수록, '사람의 기획'은 더 중요해진다

엔터테크를 이야기하면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다.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좁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신호는 반대를 가리킨다.

도구가 많아질수록, 그 도구들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엮을지 결정하는 사람의 역할이 커진다. 플랫폼 데이터가 아무리 쌓여도 '그래서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시안을 뽑아도 '어떤 시안이 팬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는 판단의 영역이다.

엔터테크가 만든 것은 더 똑똑한 기계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기획자다.

결국 엔터테크 시대의 핵심 역량은 특정 도구를 다루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팬을 이해하는 감각, 콘텐츠를 설계하는 기획력, 그리고 기술을 그 설계에 부리는 통합력 — 이 셋을 하나로 가진 사람이 귀해진다.

도구는 빠르게 낡는다. 오늘의 최신 렌더링 엔진과 AI 모델은 몇 년 뒤면 기본기가 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팬이 무엇에 반응하는가'를 읽고 '그래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판단은 도구가 바뀌어도 남는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보다, 어떤 도구가 와도 그것을 자기 기획에 부릴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

흩어진 역량을 하나로 엮는 일

문제는 이 세 가지를 한곳에서 익히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데이터대로, 기획은 기획대로, AI 도구는 또 따로 배워 왔다. 이를 하나의 '엔터테크 기획'으로 통합하는 훈련은 대체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SM UNIVERSE·STUDIO REALIVE·SMHRD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K-POP 이머시브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은 바로 이 통합을 한 흐름으로 설계한 시도다. 팬경험 설계와 글로벌 IP에서 출발해 버추얼·AI 도구를 거쳐 실제 산출물에 닿기까지, 이 글이 지도처럼 펼쳐 둔 네 갈래를 약 13주 동안 한 줄로 이어 본다.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모집 페이지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획사가 테크 기업이 되어 간다는 말은, 콘텐츠가 기술에 자리를 내준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늘어난 만큼, 그 기술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사람의 안목이 산업의 중심으로 돌아온다는 뜻에 가깝다. 엔터테크의 진짜 주어는, 여전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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